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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바스에서 바라본 벰핌락 전경<<
  >>벰핌락에서 바라본 빅바스 전경

XX, 설치, 2008

작은 상자를 만드는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와 망원경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빌딩(빅바스와 벰핌락)에 똑같이 설치. 관객들이 이 설치된 망원경으로 이야기 속의 작가와 작가의 작업을 찾아 보려 할 때, 관객들은 맞은 편 건물의 동일한 설치 전경과 동일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XX

한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서 있는 곳 바로 맞은 편 건물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지요. 나는 그 작가를 매우 존경한답니다. 네, 그녀는 정말 대단한 작가지요. 항상 영감에 휩싸여 있고, 항상 열심히 작업을 하는, 그런 훌륭한 작가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녀의 작업을 아직 세상에 보여줄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녀는Goldsmiths대학의, 이 찬란한 졸업 전시에 참여 하지 않기로 결정했답니다. 그러게요,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작업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비통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 여기서 여러분에게 그녀와 그녀의 작업에 대해 약간의 소개를 해드리기로 결심했답니다. 미술계의 영광과 발전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아직 세상에 나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여기서 그녀의 진짜 이름을 밝힐 수는 없네요. 그녀를 그냥 X라고 부르도록 합시다.

X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9시까지 작업실에서 작업을 합니다. 그렇죠. 13시간이니까, 반나절하고도 한 시간을 더 일하는 거죠. 주말에도 똑같아요. 쉬는 날 없이 매일 13시간씩 작업을 한답니다. 그러니 X는 언제가 마지막 휴가였는지 기억도 못하는 게 당연하지요. 물론, X도 모래 사장이 하얗게 깔린 스페인의 어느 바닷가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는 상상을 가끔 하긴 한답니다. 하지만, X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죠. 그리고 어차피, 그런 멋진 시간쯤은, 유명한 작가가 된 후에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네, X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X는 시간을 아끼려고 점심은 거릅니다. 점심 대신에 비타민C와 미네랄이 함유된 껌을 씹곤 하죠. 뭐,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물도 거의 마시지 않는답니다. 정말 대단한 작가 아닙니까? 자, 이제, 여러분, 그녀가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하는지가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제가 X가 하는 작업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 X의 작업 얘기를 하려니까 제가 다 설레네요.

X의 작업은 매우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있죠. 그리고 이 모든 컨셉이 시대적 감각에 맞게 포스트모던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내 말인 즉, X의 작업은 항상 대중 문화와 현대 미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녀의 작업은 매일의 소소한 일상성을 반영하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요. X가 기본적으로 하는 것은 작은 상자들을 여러 개 만드는 일입니다. 냉장고를 포장하고 있던 커다란 종이 상자를 쪼개서 작은 상자들을 만드는 거지요. X는 한치의 틀림도 없이 정확히 같은 크기의 상자를 13000개 만들되, 이 작은 상자들을 합친 무게가 큰 냉장고 상자의 무게와 정확히 같은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랍니다. 그러니, X는 큰 상자의 아주 작은 부스러기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않도록 조심한답니다. 그리고 또, 무게가 추가되면 안되니까 풀이나 핀 같은 재료는 쓸 생각도 못한다고 하네요. 그렇죠. 그러니 X가 상자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X는 우선 끝이 살짝 구부러진 손톱 가는 끌로 커다란 냉장고 상자를 정성껏 갈은 다음, 끌의 구부러진 끝으로, 갈아낸 가루들을 정성스럽게 모은답니다. 그리고 모은 가루에 바로 침을 탁 뱉어서 끈끈하게 만들지요. 이 일은 매우 예민한 작업이라 – 잘못하면 가루들이 날아갈 수도 있거든요 – 혹독한 호흡 조절을 필요로 한답니다. X는 숨을 일분에 한번 밖에 쉴 수 없어요. 정상 호흡보다 20배는 적은 횟수인 거지요. 이렇게 모아진 가루들이 적절한 끈기를 가지면, X는 양끝이 노란 고무로 싸인 은집게로 작은 상자를 하나씩, 아주 조심스럽게 만들어 갑니다. 에휴, 이 일은 정말 쉽지 않아요. 상자 하나 만드는데 약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죠. 이 작업은 정말, X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랍니다. 하지만 X는 잘 견디고 있습니다. X는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제가 말했던 것처럼, X의 작업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 않습니까? 다행히도 여러분이 X의 작업실 바로 건너편에 서 있네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살짝 힌트도 드렸고요. 여러분이 운이 좋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숨이 멎을 만큼 멋진 그녀의 작은 상자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자, 여러 분, 앞에 있는 책상 가까이로 오세요. 책상 앞의 창문이 보이시죠? 위쪽의 중간 창문이 열린 것도 보이시나요? 예, 그 작은 창문이요. 거기를 통해서 봐야 한답니다. 손을 책상 위에 얹어 보세요. 그러면 창문을 올려다 보기가 훨씬 쉬워질 거예요.

X의 작업실은 3층 왼쪽 편에 있어요.
네, 은색 파이프가 있는 흉측하게 매달려 있는 하얀 벽 위로 두 층 더 위쪽이죠.
그렇죠, 위로 쭉쭉 열린 9개의 작은 창문이요. 바로 거기입니다.
(-Big Bath 빌딩버전)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제가 말했던 것처럼, X의 작업이 이번 전시에 보여지지 않는 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 않습니까? 다행히도 여러분이 X의 작업실 바로 건너편에 서 있네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살짝 힌트도 드렸고요. 여러분이 운이 좋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그녀의 숨이 멎을 만큼 멋진 작은 상자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자, 여러분, 이 텍스트 옆 쪽 창가로 가까이 와서 서주세요. 네, 거기 열려 있는 작은 창문들 쪽으로요. 거기서 그녀의 스튜디오를 내려다 볼 수 있답니다.

X의 스튜디오는 저 앞의, 감옥처럼 보이는 건물 일층에 있어요.
왼쪽에서 세 번째가 그녀의 자리랍니다.
네, 3번째 창문이요. 그렇죠. 블라인드가 없이 열려 있는 그 창문이요. 바로 거기랍니다.

(-Ben Pimlott 빌딩 버전 )
)

거기가 X의 작업실이에요. 거기서 X가 훌륭한 예술 작품을 창조해 내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죠. 자, 어때요? 여러분은 X가 보이시나요? 입을 쩍 벌리게 하는 X의 놀라운 작은 상자들이 보이시나요?

 

* artreview.com 에 있는 이 작업에 관한 리뷰를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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